사람은 누구나 최소 한 번쯤은 연애를 목적으로 만남을 가진다. 나 또한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데이트, 연애의 목적으로 누군가의 소개로 인해 소개팅을 해본 적이 있다.
특히 난생 처음 해보는 소개팅은 다른 소개팅에 비해 설렘도 더하고 기대를 더하게 되는 거 같다. 이 전까지는 소개팅에 대한 경험도 없어서 어떻게 해야 될지도 몰랐지만 원래 처음 경험해 보는 것은 그만큼 더 낯설지만 설레고 기대가 되는 거 같다.
집에서 아이를 키우고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다 보니 지금의 아내와 연애를 하던 시절, 20대 때의 풋풋했던 시절의 추억이 자주 떠오른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이를 돌보느라 반은 포기하고 사는데 이때 예전의 내 모습들이 떠오르곤 한다.
그러다 보니 내가 처음 했던 소개팅의 순간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른 풋풋한 청소년기 때 난 처음으로 소개팅이라는 것을 경험했던 거 같다.
이왕 이렇게 된거 그때 당시의 나의 첫 소개팅에 대하여 썰을 한번 풀어봐야겠다.
한창 예민한 시기인 중학교 시절의 소개팅
내가 처음 소개팅을 한 시기는 중학생 시절이었다. 대략 중 2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중 2 때부터 한창 사춘기에 접어들었을 때인데 이때부터 또래의 여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지기도 한 거 같다.
내가 다닌 학교는 남녀공학이었다. 지금이야 중, 고등학교도 남녀공학이 꽤 많지만 나의 학창 시절만 해도 남녀공학 학교는 그리 많지 않았다. 내가 중학교 때쯤 돼서야 교육 정책도 서서히 남녀공학으로 전환을 검토하던 때이니 말이다.
그런데 남녀공학이긴 했지만 절반의 남녀공학이었다. 그 이유는 남학생반 여학생반이 따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즉 같은 반에 남녀 학생들이 같이 수업을 듣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여학생들이 같이 학교에 있다는 거 자체가 신기하기도 하고 나름 즐겁기도 한 거 같다.
그렇게 한창 이성에 눈을 뜨던 시절, 같은 반의 친한 친구로부터 솔직한 제안이 왔다. "소개팅"을 해볼 생각이 없느냐는 것이다. 실로 엄청난 제안이었다. 이성에 대하여 관심은 있었지만 직접 소개팅을 내게 제안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당연히 OK 하고 약속 날짜를 잡았다.
"소개팅"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3:3 미팅이라고 했다. 다음 주 주말로 잡았는데 매일같이 떨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밤잠을 못 이루면서 그날을 기다린 거 같다.
유명 돈가스집에서 첫 만남
소개팅을 위해 한껏 멋을 부리고 머리를 다듬은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시간에 맞춰 약속 장소로 나갔다. 약속 장소는 시내 모처의 유명 돈가스집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약속 장소가 왜 돈가스집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요즘에서야 첫 만남은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보는 게 대부분인데 당시만 해도 나이들이 어렸고 부모 세대들이 빵집에서 미팅 및 소개팅을 했다는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 그때는 90년대 중반이었다. )
요즘에서야 돈가스는 매우 흔한 음식이지만 내가 어릴 적만 해도 돈가스를 먹는 것은 가끔가다 한 번씩 먹는 나름 맛있는 음식이었다. 그리고 약속 장소인 돈가스집은 꽤 유명했고 질이 좋기로 소문난 곳이기도 하다.
그렇게 약속 장소에서 친구들과 만났고 약간을 기다리니 기대하던 여학생들이 나타났다. 그런데....
커플 한 명은 이미 정해진 듯했다. 소개팅을 주선한 친구와 어느 여학생이다. 이들은 이미 사귀는 사이(?) 인 듯했다. 서로 껴안기도 하고 장난도 치는 걸로 봐서 꽤 친숙한 걸로 보였다.
나머지 두 여학생이 오늘 소개팅 상대인 듯했는데 지금에서야 솔직히 얘기하지만 두 여학생다 내가 생각했던 이성은 아니었다. 같이 간 친구 한명과 내가 두 여학생과 짝이 되는 듯 했는데 음... 시작부터 고민을 하게 되었다.
어쨌든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자리를 잡고 앉아서 각자가 메뉴를 주문을 했다. 처음에는 서로 한동안 말이 없었다. 커플인 친구들은 서로 얘기도 많이 하고 장난도 치고 했지만 나머지 4명은 어색하기도 하고 경험이 없다 보니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다들 몰랐던 거 같다. 사실 그럴 만도 한 게 아직 중학교 2학년밖에 안된 어린애들이다.
그러다가 하나둘씩 말문을 띄워가기 시작했다. 특히 여학생들이 먼저 말문을 틔우고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와 내 옆의 친구는 꿀 먹은 벙어리 마냥 별말을 하지 못했다. 어색했던 탓이다.
그렇게 1시간 여가 흘렀을까? 이미 커플인 두 사람이 말을 꺼냈다. 이제 커플을 정하자는 것이다. 아.. 드디어 그 순간이 왔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두 여학생 다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런 점도 있었고 만약 커플이 안되거나 둘만 있게 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라고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갔다. 그 두 여학생 중에 그나마 내가 선택하고 싶던 여학생이 갑자기 내 옆에 친구를 먼저 선택한 것이다. 난 꽤 당황스러웠다. 잠시 머뭇거리고 있던 사이 그 여학생이 내 옆에 친구한테 나가자고 하고 두 사람이 먼저 나가버린 것이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마지막 남은 여학생이랑 짝이 되었다. 이건 뭐 내가 선택하고 말고 하지도 못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미 여학생들끼리는 사전에 서로 교감이 있었던 것 같았다. 난 그렇게 얼떨결에 마지막 남은 여학생이랑 짝이 되었다.
그 후에 이미 커플인 친구들은 "너희들끼리 잘 놀아~~~" 그러면서 즉시 나가버린다. 아... 이제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과 함께 당황을 했다.
그래도 내가 남자이므로 그 여학생한테 같이 나가자고 했다. 같이 길거리를 걷는데 꽤 어색했다. 그건 상대방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한동안 말없이 10여분을 걸었던 거 같다.
좀 있다가 여학생이 먼저 선택했던 커플과 길거리에서 만났다. 그런데.. 그들은 이미 손을 잡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랑스럽게 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난 순간적으로 2차 당황했으나 왠지 손을 잡아야 되는 분위기에 내 짝이었던 여학생가 손을 잡았다.
선호하는 이성은 아니었지만 막상 손을 잡으니 나름 짜릿한 감정이 생긴다. 사춘기에 접어들고 이성에 관심을 가진 뒤로 처음 이성과 손을 잡아본 것이다. 그렇게 조금 걷다 보니... 나도 모르게 엄청난 어색함과 이후에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전혀 안오기 시작했다.
뿔뿔이 흩어진 나와 그 여학생
역시 소개팅을 한 경험이 처음이어서 그런지 꽤 서툴렀던 거 같다. 말을 걸었으나 단답형의 말만 걸고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상대방 여학생도 마찬가지였다. 그 여학생도 나와 같은 초보자인 듯 보였다.
당연히 중2짜리 학생들이 이성을 만나본 경험이 얼마나 있겠는가 ㅋ 그렇게 어색한 분위기로 끌고 가다가 상대 친구들 얘기 위주로 말을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사실 별로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야기할 주제가 그거밖에 없는 듯했다.
그러다 더 이상 어색함이 싫었던 나머지 내가 먼저 얘기를 꺼낸 게 다른 친구들을 찾아보자 였다. 그러자 상대 여학생도 흔쾌히 승낙했던 거 같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도 참 웃겼던 제안이었지만 각자 따로 찾아보자고 얘기한 것이다.
당시에는 휴대폰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고 삐삐는 있었지만 중학생들이 삐삐를 가지고 다닐리는 없었다. 즉 따라 찾더라도 다시 만날 방법이 딱히 없는 것이다. 내가 찾아보다가 몇 시까지 어디로 오라고 했어야 하는데 긴장을 해서인지 그런 얘기도 안 하고 찾아보자고 한 것이다.
그렇게 나와 그 짝인 여학생은 각자가 친구들을 찾으러 떠났다. 찾기를 30~40분여.... 길거리를 헤매다가 우연히 이미 커플이었던 친구들을 만났다. 그러더니 하는 말~ "너 옆에 짝은 어딜 두고 혼자 있어?"였다. 당연히 난 별 얘기를 하지 못하고 너희들 찾으려고 각자가 헤어졌다고 했다.
그러다가 2번째 커플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 커플들도 두 사람이 같이 있었고 결국 나와 내 짝인 여학생만 그렇게 뿔뿔이 흩어져버린 셈이 되었다. 그래서 같이 그 여학생을 찾아서 근처를 돌아다녔지만.... 결국 찾지를 못하고 포기해야만 했다.
그렇게 1~2시간이 지났을까? 한 여학생이 내 짝이었던 여학생의 집으로 전화를 해봤다. 그랬더니... 그 여학생은 이미 집에 있었다. 얘기를 들어본즉, 그 여학생도 친구들을 찾기 위해 길거리를 헤매다가 지쳐서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내 입장에서 무척이나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뭐 더 이상 내가 이 친구들과 있을 필요는 없었다. 나도 그 길로 집에 들어간다고 했고 그렇게 나의 첫 소개팅은 약간 황당하게 끝이 났다.
상대 여학생의 애프터 신청 그러나...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고 학교에서 생활하던 도중 한 일주일 뒤에 소개팅을 주선하던 친구에게서 다시 제안이 왔다. 이번 주말에 친구들끼리 보기로 했는데 너도 오지 않겠냐는 것이다. 뭐 솔직히 커플인 친구들끼리 내가 가고 싶지는 않아서 거절했으나 거기서 한 가지 말을 덧붙였다.
"너 짝이었던 애가 나온데. 그러니까 너도 나와야지.."
아... 그 말을 들어도 난 잘 몰랐었던 거 같다. 그게 그 여학생의 애프터 신청이었다는 걸. 지금에서야 여자가 먼저 에프터 신청을 하는 건 드물고 눈치를 바로 챘겠지만 그런 심리를 잘 모르다 보니 그 여학생이 나온다는 게 나에겐 어색하고 부끄럽고 미안할 거 같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여학생은 내가 맘에 들었다는 게 된다. 남자들의 정신적 성숙이 늦다고 하던가. 그게 나에겐 딱 어울렸다.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그 여학생과 마주치는 거 자체가 두려웠던 거 같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친구에게 거절 의사를 보냈다. 친구는 몇 번이나 내게 얘기했으나 안 간다고 하니 더 이상 얘기하진 않았다. 아마 이 얘기가 그 여학생한테 전해졌다면 꽤 실망했을 것이다. 졸지에 난 여학생을 차 버린 꼴이 된 셈.
그 여학생이 이성적으론 끌리지 않았지만 잠깐 이야기를 나눴을 때 성격이 꽤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 3명의 여학생들 중에서 가장 수줍음을 많이 탔지만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던 거 같다. 그러니 내가 따로 찾자고 하니 그렇게 한 거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안 나간 게 약간 후회는 된다. 중2짜리 학생들은 아직은 순수하고 잘 모르기 때문에 꼭 이성으로 만나는 걸 떠나서 좋은 친구로 만났으면 괜찮았을 수도 있지 않나 싶다. 뭐 공부도 같이 할 수 있고 말이다.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린 소개팅. 지금 돌이켜 보면 추억이고 웃음밖에 안 나오지만 중학생 때 소개팅을 경험도 해본건 꽤 흥미로웠던 경험이었던 거 같다. 당시만 해도 중학교 때 소개팅을 해본 친구들은 거의 없었다.
그 뒤로 성인이 돼서 미팅도 하고 소개팅도 하고 연애도 했다. 그래서 지금은 와이프와 아이들이 내 가족이 되어 있는 중이다. 소개팅은 인생에 있어서 나름 꽤 중요한 경험이다. 당신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고 연애를 하고 싶으며 결혼을 하고 싶다면 소개팅은 반드시 해봐야 하는 경험 중에 하나다.
특히 소개팅을 할 때 남성들은 몇 가지 알아야 할 점이 있다. 당신이 상대 여성이 마음에 든다면 절대 가만히 있지 말고 말을 걸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해야 한다. 만약 상대가 맘에 들더라도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면? 나같이 좋은 인연을 놓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