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는 세상에는 여러 가지 갈등이 존재한다. 국가 간의 갈등, 인종 간의 갈등, 지역 간의 갈등, 이념의 갈등 등등...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남녀 간의 갈등이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 노사갈등, 정치적 갈등 등이 주요 갈등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갈등이 존재한다. 그만큼 사회 구성원들의 생각이나 성향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갈등이라는건 과거에도 존재했고 현재도 존재하며 미래에도 계속 존재할 것이다. 이런 갈등들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사회가 발전했고 인류 문명도 발전했을 것이라 본다.

 

갈등은 가족 구성원들에게도 존재한다. 늘 내 옆에 있고 내 편이 되어 주는 소중한 가족들이지만 가족들 사이에도 생각의 차이는 발생한다. 그런데 가족간의 갈등 중에 꽤 특이한 갈등이 있다. 남자든 여자든 결혼을 해야 비로소 알게 되는 특이한 갈등인 "고부갈등"이다. 

 

고부갈등은 쉽게 표현하면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을 의미한다. 고부갈등은 우리나라에서 유독 심하다고 느끼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일명 "갑질"을 하는 위치에 있다. 유교적 전통문화가 아직 남아있는 우리나라만 그럴꺼 같지만 원래부터 남성 위주의 가족 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예로부터 비슷했기 때문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가부장적 문화라고 해도 시집을 오는 며느리는 자손을 번창하게 하고 집안일을 돕는 고마운 사람인데 왜 시어머니는 며느리들을 잘 대해주지 않는걸까? 개인주의 문화가 널리 퍼진 요즘에도 시어머니는 며느리들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더 웃긴 것은 그런 시어머니도 결혼을 했을 때 본인의 시어머니에게 "갑질"을 당하던 당사자였다.

 

고부갈등은 결혼하기 전에는 정확히 겪지 않아서 잘 모른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서 "고부갈등"은 가족 사이 갈등중에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 

 

TV나 영화에서는 이런 고부갈등으로 인해 평화롭던 가정이 깨지고 파탄이 나는 내용을 방영하기도 한다. 그래서 TV 드라마의 경우에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이 단골 주제이다. 

 

이 둘 사이의 관계는 좋아질수 없는 걸까?

전통적인 고부관계

예전부터 여성의 사회적 지위나 대우는 처참했다. 인류의 문화가 남성 위주로 발달을 했기 때문이고 여성은 출산이나 가사를 돕는 보조적인 역할에 불과했다. 그래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의 존재는 남성에 비해 훨씬 미약하고 대우가 좋지 않았다. 

 

특히 유교적인 문화가 팽배했던 동아시아 3국(중국, 한국, 일본)은 여성들의 지위가 현저히 낮았던 게 사실이다. 여성은 결혼을 하게 되면 남편의 집안으로 시집을 갔으며 일단 시집을 가면 남편의 집안의 식구가 되어야 했다. 전통적인 가족 구성원인 남편의 부모와 같이 살았으며 집안일을 도맡아 하다시피 했으며 심지어 아들을 낳지 못하면 남편의 집안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야 했다. 

 

지금 현대의 시각으로 보면 꽤 비 합리적이지만 여성들은 당연할 걸로 여기고 희생을 감수했던 거 같다. 문제는 여성들에게 희생을 강요했던 게 다름 아닌 같은 여성인 "시어머니" 였던 것이다. 이는 굉장히 꽤 아이러니 한 상황이다. 

 

남성들은 군대를 가봐서 알겠지만 여성들이 시집을 가면 시어머니는 마치 군대에서 직속상관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그것도 1~2년 하는 게 아닌 시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평생 그랬으니 여성들의 인생이 참으로 고단했을 듯싶다.

 

조선시대를 포함해서 최근 나의 할머니 세대까지 시집살이의 고단함을 표현한 노래가 있다. 

 

형님 형님 사촌 형님 시집살이 어떱뎁까?

이애 이애 그 말 마라 시집살이 개집살이

 

<시집살이 노래 중>

 

시집살이를 "개집 살이"라고 격렬한 표현을 하면서까지 깎아내리고 있다. 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남편이 원망스럽고 특히 시집살이를 시키는 시어머니가 미웠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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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살이의 사례는 무척이나 다양해서 여기에 다 담을 수는 없다. 예를 들면 자신의 아들은 칭찬하면서 며느리는 가족 취급을 전혀 하지 않는다던지, 갖은 집안일을 다 하지만 수고했다는 말을 전혀 안 하고 구박만 한 더던지, 시키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하는 말마다 말꼬리를 잡는 등의 모욕을 준다는지 하는 등등. 특히 아들을 낳지 못하면 그 정도는 무척이나 심해졌다고 한다. 

 

그렇게 몇십 년동안 남편 뒷바라지, 시어머니 비유 맞추기,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면서 갖은 수모를 당하고도 정작 그 자신이 본인의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며느리를 들이게 되면...? 똑같아 지는게 함정이다. 

 

본인이 몇십년 동안 당했던 응어리의 한풀이일까? 결국 최근까지도 이런 악순환은 지속되었으며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가족보다는 극단적으로 표현해서 주인과 종이라고 할 정도로 갈등이 만만치 않았다.

최근의 관계

전통적인 가족관계가 점점 해체되고 핵가족화되면서 더 이상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사는 모습은 이제는 거의 볼 수 없다. 그 분기점은 대략 나의 부모 세대인 듯하다. 이때는 1950년 한국전쟁 이후로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로써 급격한 경제발전으로 인해 전통적 가치관이 점점 사라지고 개인주의적 문화가 정착이 될 때다. 이때부터 가족 구성원은 4인 가족 형태가 정착되었고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명절이나 제사 등의 집안 행사 아니면 자주 보지 않는 상태로 바뀌게 된다. 

 

시대가 바뀌면 생각도 바뀌는 법이다. 경제 발전과 핵가족화는 가족이나 우리보다는 개인의 자유와 생각이 중요해지는 "개인주의" 문화로 변모하게 된다. 베이비붐 세대의 2세로 성장한 사람들은 풍요로운 물질문화와 경제 발전의 혜택으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받으면서 전통적 가치관은 점차 탈피하게 된다. 양성평등이 중요시해지고 여성들의 사회 진출도 엄청나게 활발해졌다. 

 

그래서 그런 걸까? 고부간의 갈등은 예전에 비해 더더욱 심해진다. 이제 며느리들은 시어머니의 불합리한 대우는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전통적인 고부 관계에서의 시어머니같이 며느리를 대하면 며느리들은 소송이나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쓸지도 모른다.

 

명절 때마다 TV나 뉴스 기사에서는 단골로 고부갈등에 관련된 기사를 쏟아낸다. 최근에는 단란하고 조용했던 부부도 명절때 고향을 방문했다가 고부갈등으로 인해 이혼율이 높아진다는 통계가 나온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대표적인게 명절때 차례상 준비를 하면서 시누이와 며느리를 차별대우한다는 것이다.

 

시누이는 집안일을 딱히 하지 않아도 시어머니가 별말은 없지만 며느리에게는 집안일이나 음식은 당연히 해야 된다는 것처럼 강요를 한다는 것. 이런 상황을 못마땅하게 느낀 며느리들이 남편들에게 하소연하지만 그 과정에서 남편과의 언쟁으로 이혼까지 가는 부부들이 많다는 것이다. 

 

즉 최근에는 시어머니와 며느리들은 같이 사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서로 간의 은근 신경전으로 인해 명절이나 집안 행사 때 갈등이 더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시어머니는 시어머니대로 과거에 자기가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며느리를 대하지만 며느리들은 전통적인 관념은 이제 통하지 않고 과거같이 조용하게 넘기는 게 아니라 할 말은 하는 입장으로 바뀐 것.

 

여전히 고부간에는 갈등이 존재한다.

결혼 후 알게 되었던 그녀들의 관계

결혼하기 전까진 몰랐다. 고부간의 관계가 그렇게 불편한 줄은.....

 

X세대, Y세대로 일컫는 신세대들이 결혼을 했지만 고부간의 갈등은 여전하다. 나 또한 비교적 신세대라고 생각하고 결혼을 하고 나면 우리 어머니와 와이프 간에는 큰 문제는 없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나의 큰 착각이었다. 서로 간에 대놓고 싸우진 않지만 신경전이 엄청난 듯하다.

 

남성들은 결혼 전에는 잘 모르고 착각을 한다. 결혼을 하고 나면 내 와이프와 내 어머니는 서로 간에 관계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다. 내 어머니는 내 아들을 뺏어간 다른 식구이고 내 자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성들의 경우에도 시어머니는 내 가족이 아니라 남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게 된 사람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줄 모르겠지만 당사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입장차가 확연하다. 시어머니의 경우에는 대화 도중에 아들은 좋게 얘기하면서 며느리에 대해서는 칭찬을 하거나 따뜻한 말을 건네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에 며느리들은 시어머니에게 버릇없이 행동한다고 한다거나 행동이 별로 맘에 안 든다는 둥의 며느리들을 깍아내리는 말을 은근슬쩍 한다고 한다. 

 

중재자인 내가 들었을 때는 상당히 어리둥절하다. 서로 대화를 할 때 그런 낌새를 전혀 눈치 못 챘기 때문이다. 여성들만의 언어를 사용하는 걸까? 분명 그렇게 행동을 했다고들 하는데 내 입장에서는 도통 모르겠다. 내가 눈치가 없는 걸까?

 

그래서 결혼을 하고 몇 년이 지나고 나서는 아예 이 둘 간의 접촉을 되도록 안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어차피 친가와는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고 명절 때 아니면 왕래할 일이 많진 않다. 되도록 와이프한테는 시어머니와의 통화를 안 하게끔 한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성들이 간과하는 게 있다. 사실 남성들도 처가댁의 식구들이 불편한 거는 마찬가지이다. 나 조차도 장인, 장모와의 대면이 껄끄럽다. 명절 때마다 보긴 하지만 딱히 할 말도 없고 주제도 없다. 

 

 

부부가 결혼을 하기 전에는 서로 남남이었던 관계다. 아무리 성격이 비슷하고 성향이 비슷하다고 해도 몇십 년 동안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생각 차이와 성격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그런데 결혼을 했다고 해서 갑자기 가족이 됐다? 같은 식구인 형제자매끼리도 성격이 맞지 않으면 자주 안 보는 게 인간관계다. 

 

따라서 돌려 생각해 보면 시어머니와 며느리 이 두 사람도 서로 무척이나 불편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나이가 든 시어머니보다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없는 며느리 입장이 더욱더 불편하고 어려울 것이다. 남편이라는 존재 때문에 강제로 맺어진 사이인데 처음부터 좋은 관계를 바라는 게 이상하지 않을까?

 

물론 모든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 주변 사례의 이야기를 들어 봤을 때에는 대다수는 고부관계가 좋은 곳은 별로(?) 없다.

 

결국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서로 이해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도 고부관계가 썩 좋아지지 않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

해결책은?

해결책은 사실 없다. 서로 간에 최대한 갈등을 줄이는 수밖에는....

 

인류가 생존하는 한은 그 둘의 갈등은 지속될지 모른다. 혹여 여성들이 더 이상 남성들과 결혼을 하지 않고 정자 기증을 통해 아이를 출산한다면 고부갈등은 사라질지 모른다. 물론 현재는 법으로 금지가 되어 있지만 얼마 전에 한국에서 활동하는 인기 일본인인 사유리가 정자 기증을 통해 일본에서 합법적으로 출산을 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합법적으로 가능해진다면 결혼할 일이 없으니 고부갈등은 사라질 수 있다. 물론 이는 한 예시를 든 것이다. 기존대로 결혼을 통해 가정을 이룬다면 고부 갈등은 피할 수 없다.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하다. 여성들이 고부갈등을 피하고 싶다면 고아인 남성이나 어머니가 안 계신 남성과 결혼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너무 극단적이다.

 

갈등을 줄이는 방법의 핵심은 이렇다. 일단 남성이 나서서 둘 사이를 최대한 중재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둘이 최대한 안 마주치게 하면 된다. 아래 나름대로의 고부갈등을 줄일 수 있는 요소를 정리해 보겠다. 

 

  • 결혼을 하고 나면 반드시 분가한다. 원룸을 얻더라도 시댁과 절대 같이 살아선 안된다.
  • 명절 때나 집안 행사 빼놓고는 최대한 시어머니와 마주치지 않게 한다. ( 더불어 처가 쪽에도 되도록 마주치치 않으면 된다. 처가도 남편 입장에서 불편하다. )
  • 만약 명절 때나 제사때 음식을 해야 된다면 절대 가만히 앉아있거나 음식 먹으면서 TV 보면서 쉬거나 하면 안 된다. 그리고 최대한 와이프 하는일에 센스있게 도와준다.
  • 명절때 친가에 방문했다면 차가 막힌다는 핑계로 최대한 오래 머물지 않는다. 물론 이건 남편의 결심이 뒤따라야 한다.
  • 절대 시어머니와 며느리 둘만 있게 하지 말라. 여행을 가거나 장을 보더라도 꼭 남편이 옆에 있어야 한다.
  • 시댁의 전화 통화는 와이프에게 시키면 안된다. 안부전화는 남편인 본인이 직접 하라.
  • 시어머니에 대한 푸념이나 험담을 할 때 최대한 들어준다. 기분이 나쁠 수는 있으나 거기에 대고 시어머니 편을 든다면 와이프의 짜증은 더할지 모른다. 
  • 시어머니가 남편인 본인에게 며느리 욕을 할지라도 절대 며느리 편을 들어서는 안된다. 며느리가 없을 때는 본인 엄마 편을 들어준다. (남자가 중재를 잘하라는 뜻이다.)
  • 간혹 육아 도움을 요청할 때는 절대 시어머니나 시댁에 요청하지 않는다. 물론 이것은 사정에 따라 다르긴 한데 며느리가 좋은 소리를 듣지는 못한다.
  • 간혹 와이프가 남편에게 시어머니가 좋아 내가 좋아~라는 이상한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당연히 와이프 밖에 없지~라는 드립을 날려준다.
  • 시누이와 되도록 마주치게 하지도 말고 교류도 하지 말라. 그렇다고 해서 시누이 있는 자리에서 며느리 편을 들면 안 된다.

위의 팁을 봤을 때 역시나 핵심은 최대한 시어머니(시누이 포함)와 며느리가 마주치게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욕할 때 옆에서 듣는 입장이라면 상대 입장에서 들어주면 된다.

 

뭐 나름 갈등을 줄이기 위해 제시를 해봤지만 결혼을 하고 나면 고부관계처럼 어려운 게 없는 거 같다. 이런 관계가 싫어서 결혼을 하기 싫다는 여성들도 있으니 말이다.

 

남편들이나 남성들의 바람처럼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좋아졌으면 좋겠지만 겉으론 좋아 보여도 끝내 좋아지지 않는 관계인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들은 판단 잘 하시라~ 좀 더 오래 사는 사람은 본인의 와이프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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